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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의회연맹(IPU) 코로나19 대응 관련 인권 지침의 내용과 시사점(2020.7.28)
번호 9 작성일자 2020-07-28 조회수 89
1. 들어가며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각국 정부는 이동 제한, 영업 금지, 집회 금지 등 고강도 사회적 봉쇄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각국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나 복지정책 시행에 대한 평등한 보장의 문제에 대한 논의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국제기구는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조치의 기준과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는 2020년 4월 8일 코로나19 대응 시 인권·민주주의·법치주의 존중을 위하여 회원국 정부가 준수하여야 하는 지침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United Nations Human Rights Office of the High Commissioner, OHCHR)는 2020년 5월 13일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인권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국제의회연맹(International Parliamentary Union, IPU)은 「인권과 코로나19: 의회를 위한 지침(Human Rights and COVID-19: A guidance note for parliaments)」(이하 ‘IPU 인권 지침’)을 발표하여, 코로나19와 관련된 의회의 입법 및 정부감독 감시 시 고려할 인권관련 쟁점을 제시하였다.

이 글에서는 IPU 인권 지침의 주요 내용과 의의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국회 차원에서 고려할 시사점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IPU 인권 지침의 주요 내용

(1) 인권 제한의 한계

IPU 인권 지침은 인권 제한의 한계와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먼저 국제인권법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와 제한 가능한 ‘상대적 권리’를 구분한다. 이에 따르면 고문금지, 노예제 금지, 소급처벌 금지 등은 비상상황에서도 제한될 수 없는 ‘절대적 권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이동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포함한 대부분의 권리는 ‘상대적 권리’에 해당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준수할 경우에는 제한이 가능하다.

우선, 정당한 목적이 존재하여야 한다.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하여 공중보건의 보호가 그 목적이 될 것이다. 또한, 권리의 제한은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 아울러, 권리의 제한은 평등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차별 없이 부과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제한의 필요성과 비례성 역시 중요한 요건이다. 제한조치는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공중보건의 보호에 적합한 수단이어야 한다. 또한, 가능한 수단 중에서 가장 덜 권리를 침해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최소침해성의 원칙에도 부합하여야 한다. 비례성 요건은 제한으로 얻는 이익이 제한으로 인한 손실보다 더 클 것을 요구한다.

특히 IPU 인권 지침은 표현의 자유 보장과 관련하여 특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이동의 자유 제한과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 제한은 필요성이나 비례성 측면에서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특정 국적이나 민족 집단에 대한 낙인, 차별, 인종주의, 혐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포와 편견을 조장하는 허위 혹은 왜곡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국제적 및 국내적 차원에서 요구된다. 나아가, 각국 정부는 시민의 정보접근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며, 의료 및 과학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중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문가 상호간 그리고 대중과 공유할 수 있도록 조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IPU 인권 지침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핵심 쟁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적 참여의 기초적 전제로서 엄격한 제한의 한계를 가지나,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정부의 방역활동을 방해하고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국가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면서도, 허위·왜곡 정보에 대처하여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하여야 하는 이중적 의무를 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표현 내용에 대한 정부의 사전검열은 허용되지 않으며, 표현 내용을 이유로 하는 과도한 처벌 역시 경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2)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인권

국가비상사태는 인권에 대한 제한조치를 동반한다. 이에 IPU 인권 지침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정당화 요건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밝히고 있다. 먼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필요성, 이익과 손실의 비례성, 평등한 대우와 같은 원칙은 국가비상사태(state of emergency) 선포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덧붙여,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정당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국가비상사태의 선포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회는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사전동의 또는 사후승인을 통해 관여한다. 또한, 국가비상사태와 관련하여 정부는 국제인권규약에 따른 통지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비상사태는 그 예외적 속성상 임시적 한시적 조치로서 반드시 기간이 제한되어야 하며, 공동체에 대한 위협이 현재 존재하거나 임박한 상황에서만 선언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는 2020년 4월 17일 결의안 채택을 통해 국가의 비상적 권한의 한계와 통제를 강조하였다. 즉,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모든 조치는 법치주의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하고, 공중보건 상 위기와의 관련성과 비례성이 존재하고 기간이 제한되어야 하며, 입법적.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3) 공중보건 관련 조치와 인권

IPU 인권 지침은 정부의 공중보건 관련 행정작용은 인권에 대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정부에 대한 의회 감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영국 의회의 인권양원합동위원회(Joint Committee on Human Rights)는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조치가 인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PU 인권 지침은 의회의 감독이 다음과 같은 사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의료적 처치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가능성이다. 누구도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치료가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국적, 인종, 종교, 장애, 노령,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치료나 정보제공에서 누락되거나 배제될 위험이 있는 개인과 집단을 확인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차임 연체 또는 주택담보대출 연체로 인한 퇴거의 제한, 주택담보대출금 납부 기간 유예, 홈리스(homeless)에 대한 임시보호시설 제공 등이다.

이와함께 IPU 인권 지침은 코로나19가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human right to decent standard of living)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의회는 노동 및 조세 관련 입법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실업 및 소득감소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산업분야에 대한 재정 지원 등으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 IPU 인권 지침의 의의

IPU의 「인권과 코로나19: 의회를 위한 지침」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IPU 인권 지침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동원한 비상조치가 인권을 제한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의회가 이를 민주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할 책무를 부여받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둘째, IPU 인권 지침은 비상상황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의회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인권 제한의 한계와 인권 보장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IPU 인권 지침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의 인권 관련 쟁점에 자유권과 사회권을 포괄하여 설명하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라는 비상권한에 대한 의회의 통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정부 조치로 인한 인권 침해 가능성을 경계하고 면밀히 감시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재정지원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극복하여야 하는 의무를 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IPU 인권 지침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하여 인권보장을 위한 의회의 감시와 통제가 정책집행의 효율성 및 효과성과 반드시 배치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밝혀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회의 민주적 통제를 통해 정부의 투명한 정책집행이 가능해지며,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함으로써 추후에 사법적으로 정부 정책의 효력이 부인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 아울러 의회는 정부의 정책집행에 대하여 정당성을 요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행정이 국민의 동의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확인해 주고 있다.

4. 나가며

‘K-방역’에 대한 세계의 주목은 방역의 신속성과 효과성뿐만 아니라 방역 과정에서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였다는 점에도 기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동제한 및 영업폐쇄 등을 최소화하고 시민의 자율적 협조를 이끌어냈으며 전국 규모의 선거를 실시하는 등 정치적 권리의 실현도 유예하지 않았다.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공중보건 위기사태에 대응한 한국의 경험은 향후 국제협력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국회는 이러한 경험과 자산을 나누기 위한 의회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의회의 역할은 국내적 인권옹호를 넘어 국제적인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인권의 보편성을 인식하고, 코로나19 대응이라는 공통의 과제 해결을 위한 민주주의의 연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정인 입법조사관(국회입법조사처)
(의회외교 동향과 분석, 제59호, p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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