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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혐한(嫌韓)현황과 우리의 대응과제(2020.8.18)
번호 6 작성일자 2020-08-18 조회수 82
1. 들어가며

강제징용소송과 관련하여 우리 법원이 신일철주금(新日本製鐵)에 내린 자산압류 명령의 공시송달 효력이 2020년 8월 4일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피해자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유래 없이 악화되었던 한일 양국관계에 다시금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한일관계 악화는 양국 국민의 상호인식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2019년 말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 일본인의 비율이 71.5%에 이르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조사 중 가장 악화된 수치이다. 또한 최근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일본 응답자의 약 80%가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 변함없거나 나빠진다고 부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일 양국관계 악화는 일본 내 혐한(嫌韓)인식 확대와도 연결된다. 일본 내 혐한(嫌韓)인식의 확대는 일본에 체재 중인 45만 명의 재일동포의 생활 속 안위와도 연결되는 문제로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일본 내 혐한(嫌韓) 현황과 일본 정부 및 지자체의 대응 등을 점검하고, 우리의 대응과제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일본 내 혐한(嫌韓) 현황

일본 사회 내 혐한(嫌韓)은 2000년대 들어 증오표현(hate speech)을 동반한 데모, 출판물 등의 형태로 표출되었다. 일본 법무성의 「헤이트스피치에 관한 실태조사보고서, 2016」에 따르면 2013년 347건, 2014년 378건의 증오표현을 동반한 데모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2016년 6월 「본국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추진에 관한 법률,이하 헤이트스피치 대책법」이 제정된 이후 오프라인에서의 혐한의 표출은 다소 감소되었다. 구체적으로 일본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재특회 등 우파계 시민단체의 데모는 2015년 70건 이었으나, 2016년 40건, 2017년 50건, 2018년 30건, 2019년 20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일본 법무성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상의 인권침해 사례는 2011년 636건에서 2019년 1,985건으로 대폭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집계는 없으나, 혐한(嫌韓)의 표출 역시 인터넷 공간으로 이동하여 강화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출판물을 통한 혐한(嫌韓)의 추이도 한일관계의 변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데, 2015년을 정점으로 다소 감소하던 혐한 출판물이 다시 활성화되는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 2019년 9월 일본의 주간포스트(週刊ポスト)는 ‘한국은 필요없다’ 라는 특집을 게재하고 ‘혐한(嫌韓)'이 아니라 '단한’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 기사에 대해 일본 내에서 ‘차별을 선동하는 특집,’ ‘일본 사회의 혐한에 아첨하는 야비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주간포스트 편집부는 ‘배려가 부족했다’는 사과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2일 일본 부동산 기업인 후지주택이 혐한(嫌韓) 문서를 사내에 배포하고, 직원들의 감상문을 요구하는 등 재일한국인 직원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사건이 재판을 통해 공개되었다. 나아가 「재일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의회」를 설립하고, 일본 내에서 혐한시위를 주도한 사쿠라이 마코토가 2020년 7월 5일 시행된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17만 8,784표를 획득(득표율 2.9%)하였다. 2016년 선거에 비해 6만 4,000표를 더 받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비추어 볼 때, 일본 내 혐한(嫌韓)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3. 일본 정부의 대응

1) 중앙정부 차원

혐한(嫌韓)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대응은 2016년 5월 「헤이트스피치 대책법」 제정이다. 이 법은 일본 외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행되는 부당한 차별적 언동이 해당 출신자 및 그 자손에게 고통을 주고, 지역사회에 심각한 분열을 발생시키는 바, 국가적 입장에서 차별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이념법으로서 금지규정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 법에 근거하여 증오표현을 처벌할 수 없다. 최근 법무성은 ‘외국인의 인권’에 초점을 맞춘 계몽활동으로서 ‘증오표현 용서할 수 없다’ 등의 표제 하에 인터넷 광고, 교재배포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선거캠페인, 온라인 등을 통한 증오표현은 증가하고 있으며, 증오범죄(hate crime)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2019년 인권보고서(2019 Country Reports on Human Rights Practices)」에서도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동 보고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일본 내 증오표현 및 증오범죄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명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을 적용하여 이 문제를 대처해 나갈 예정이지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재일코리안’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발언은 사실상 단속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지방자치단체 차원

일본의 외국인 정책에는 영주권을 획득한 이주자가 일정기간 거주 후 국적을 취득하는 통상적 개념의 이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980년대 이후 필요한 노동력을 해외에서 충당하는 정책을 써왔으며, 이로 인해 일본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해마다 증가하였다. 외국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에서 외국인과의 공생은 직접적.현실적 과제가 되어왔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체가 외국인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중앙 정부에 대처를 요구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혐한(嫌韓)에 대한 대처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가와사키시(川崎市)도 그 중 하나이다. 특히, 가와사키시 사쿠라모토 지역은 일제강점기부터 이주한 노동자들이 대대로 자리 잡아 온 지역으로서 증오표현 데모가 주로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가와사키 시의회는 2019년 12월 혐한(嫌韓)시위를 포함하여 증오표현을 반복하는 이들에 대해 최대 50만 엔(약 550만원)을 부과하는 「가와사키시 차별없는 인권존중 마을만들기 조례」를 제정하고, 2020년 7월 1일 전면 시행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적, 인종, 민족, 신앙, 장애 등을 이유로 하는 모든 차별적 취급을 금지한다. 특히 시내 도로,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특정국가 및 지역 출신자에 대한 차별적 언동을 금지한다.

둘째, 시장(市長)은 차별적 언동을 한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조례 준수를 권고하고, 6개월 이내 다시 차별행위를 반복할 경우 조례준수를 명령할 수 있다. 이후 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위반자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기소로 유죄 판결 시 최고 50만 엔의 벌금이 부과된다.

셋째, 시장이 고발조치를 취할 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시인권존중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여,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일본에서 법률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증오표현을 처벌하는 규정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 조례에는 시장이 인터넷상의 증오표현에 대해 확산방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내용은 담겨 있으나, 구체적인 처벌규정은 제외되어 있다. 많은 경우 증오표현이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4. 우리의 대응과제

일본 내 혐한(嫌韓)문제는 우리 동포의 생활의 안전 문제임과 동시에 한일관계에도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의회외교 차원에서도 일본 내 혐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 규범적 차원의 접근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2014년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일본 정부에 대해 인종차별적 폭력 및 증오의 선동에 대해서 확실히 대처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동 위원회는 인터넷을 포함한 미디어에서의 증오표현에 책임 있는 개인 및 단체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기소할 것 등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헤이트스피치 대책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오 표현과 관련된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바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둘째, 우리 동포의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주일 대사관을 중심으로 혐한시위 동향 파악 및 인터넷 게시 글 모니터링 사업 추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재외동포재단 사업 등을 통하여 ‘일본 내 혐한(嫌韓)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 방안을 보다 체계화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 내 제4차 한류 붐이 형성되고 있다는 보도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여 혐한(嫌韓)에 대한 엄중한 대처와 함께 일본 내 공공외교를 강화하여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명희 입법조사관(국회입법조사처)
(의회외교 동향과 분석, 제62호, p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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