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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경제회복기금 합의: 향후 전망과 우리나라에 대한 함의(2020.8.25)
번호 5 작성일자 2020-08-25 조회수 59
1. 들어가며

2020년 7월 21일 유럽연합(EU) 회원국은 7천 5백억 유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EU Recovery Fund) 조성에 합의했다. EU의 5년 예산에 달하는 기금조성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8월 20일 EU 회원국을 포함한 32개 유럽 국가들의 확진자 수는 198만 명, 사망자 수도 18만 명이 넘었으며 올해 경제성장률도 급락하는 등 경제침체가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국가마다 코로나19와 경제상황이 상이하여 경제회복기금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었다. 기금조성을 주도한 프랑스.독일 등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일명 ‘검소한 4개국(frugal four)’ 간에 첨예한 갈등이 야기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경제회복기금은 경제침체에 대해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으며, EU의 경제통합을 재정통합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경제회복기금 재원인 채권 상환에 대한 재정적 부담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의 고질적인 경제문제 등은 향후 EU가 해결해야 하는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본고는 경제회복기금을 중심으로 EU의 현황과 당면과제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코로나19와 EU 경제회복기금 조성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EU는 지도력과 경제통합에 있어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EU는 전통적으로 회원국들의 고유권한이었던 공공보건정책에 대해 제한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으며, 회원국들의 각기 상이한 경제상황으로 인해 공동대응에 대한 신속한 합의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EU 차원의 공동대응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자 4월 21일 EU 정상회의 의장과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EU 경제회복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으며, 이틀 후 회원국 정상들이 회복기금을 공동조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총액과 배분 등 자세한 내용은 결정되지 않아 회원국 간 이견이 지속되었다.

경제회복기금 합의를 주도한 것은 프랑스와 독일이었다. 5월 18일 엠마누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5천억 유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에 합의하고, 이를 EU에 제안했다. 프랑스-독일의 경제회복기금안(Frenco-German recovery plan)은 27개 회원국이 공동보증하는 EU 채권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EU가 이를 장기간 동안 상환하는 형식이었으며, 기금의 주요목적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컸던 회원국의 경제 회생이었다.

경제회복기금안은 검소한 4개국의 반대에 봉착했다. 기금규모가 EU 예산 5년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EU 재정과 회원국 부담을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이유였다. 특히 보조금(grants) 대신 수혜국이 상환 의무를 지는 대출(loans) 비율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보조금 비율 증가를 주장하는 등 회원국 간 갈등이 깊어졌다.

5월 27일, 집행위원회는 7천5백억 유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안을 제출하면서, 이를 2021-2027년 장기예산안과 연계해 신속한 합의를 시도했다. 재원은 공동채권 발행으로 마련하며, 채권 상환은 2028년부터 2058년까지 EU 예산을 통해 장기상환하기로 했다. 27개 EU 회원국은 7월 17-21일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회의 경제회복기금과 장기예산안에 합의했다. 장기예산은 1조 743억 유로, 경제회복기금은 7천5백억 유로로 결정되었다.

경제회복기금은 [표]와 같이 집행될 예정이다. 기금 중 89.6%는 코로나19 피해복구 목적의 회복.복구시설(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에 투입되는데, 그 중 70%는 2021-2022년에, 나머지는 2023년에 집행된다. 단 2021-2022년도 기금에 대한 수혜국이나 지원금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집행위원회에서 회원국 시민들의 생활여건, 경제규모, 실업률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인데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보조금 중 40% 가량이 투입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보조금 비중은 전체 기금 중 52%로 결정되어 검소한 4개국의 의견이 일부 반영되었다.

그 외 낙후지역 지원을 위한 EU대응(ReactEU),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석탄연료 의존도가 높은 지역과 부문을 지원을 위한 공정전환기금(Just Transition Fund) 등에도 기금이 투입된다.

3. 경제기금 논의로 드러난 EU의 고질적 문제

경제회복기금에 대한 논의는 EU의 고질적 문제들을 재부각시켰다.

첫째, EU의 구심점 역할 부족과 회원국들의 어려운 합의 도출 체계 문제다. 보건정책은 EU의 권한이 아니지만 공동대응이 절실한 대규모 팬데믹 상황에서 EU의 주도력이나 대응이 시의적절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와 같은 회원국 간의 어려운 합의 도출 체계는 2008년 재정위기, 2015년 난민위기 때에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둘째, 일부 유로존 국가의 재정구조가 여전히 취약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지원을 받았던 총 5개국 중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2020년 경제성장률은 -12.8%, 그리스는 -10%, 포르투갈도 -8%로 유로존 평균인 -7.5%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셋째, 회원국들의 EU 예산분담금 부담이 영국의 EU 탈퇴로 증가될 예정이었는데 경제회복기금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많은 분담금을 지출한 국가였다. 2019년 영국은 144억 파운드를 분담금으로 내고 50억 파운드를 EU 지원금으로 수급해 순분담금만 94억 파운드나 되었다. 이는 검소한 4개국이 반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게르노 블뤼넬(Gernot Blunel) 오스트리아 재정부 장관이 집행위원회 기금안에 대해 “납세자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비판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4. 향후 전망과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

향후 경제회복기금 조성 및 실행의 결과에 따라 EU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기금이 효과적으로 운용될 경우 EU 최초 공동채권이 정착될 수 있으며, 이는 유럽통합이 재정통합으로 확대.발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동채권 발행은 남유럽 재정위기 때 집행위원회에서 이미 시도한 바 있다. 당시에는 유로존 국가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번에는 EU 회원국 전체가 참여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둘째, EU의 권한이 보건 분야로 더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의회가 유럽보건연합 창설을 주장하는 등 EU의 보건권한 강화는 이미 시도되기 시작했다. 셋째, 코로나19에 대한 공동대응이 성공할 경우 향후 다른 위기 발생 시 EU 차원의 공동대응이 더 효과적이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반면 경제회복기금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EU가 약화될 수도 있다. 첫째, 경제회복기금의 구체적 내용이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소한 4개국과 남유럽 간의 내홍이 다시 야기될 수 있다. 이 경우 재정통합으로의 확장이라는 EU의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 둘째, 기금 실행이 효과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와 재정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적.경제적 격차 감소라는 개혁은 역대 최고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통해서도 불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셋째, 경제회복기금 실행이 2021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소기의 결과를 얻기에는 너무 늦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최근 유럽 내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어 경제회복기금의 신속한 실행이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경제회복기금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경우 EU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EU에 대한 협력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금정책에 EU 주요정책인 그린딜과 디지털화 정책이 포함되는 등 EU의 그린딜과 디지털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사업 등에서 EU와의 협력을 시도하는 한편, EU와의 무역관계에서 그린딜과 관련해 기후 및 환경 관련 압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경제회복기금이 독일과 프랑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므로 향후 기금의 성공여부에 따라 두 국가의 영향력도 변할 수 있다. 특히 기금의 영향력이 성공적일 경우 EU의 재정통합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리더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금의 효과를 주시하고 향후 결과에 따라 EU 및 회원국에 대한 외교관계를 더 강화 내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심성은 입법조사관(국회입법조사처)
(의회외교 동향과 분석, 제63호, p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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